우리는 출발선이 달랐다.

우리는 출발선이 달랐다.

[오글클 3주차 끄적임]

Chapter 1. Korean International School in Beijing

💡
북경한국국제학교의 전경 (그립다!!)

나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중국 베이징에있는 북경한국국제학교(Korean International School in Beijing 이하 KISB)에서 2년 유학을 한 경험이 있다.

자식교육에 열성이였던 우리 엄마는 내가 중학교 3학년 되던 해 모진 병마와 싸우게 되었고 당신의 상황으로 인하여 내가 학업에 집중하지 못할 것 이라고 생각하셨다.

엄마는 겨울방학동안 이모가 영어 선생님으로 계셨던 베이징으로 한달 놀러오라고 보낸 뒤 KISB에 입학처리를 진행했다. (당시 나는 겨울방학때 이모네집에 한달 놀러가는 걸로 알았음..) 사실을 알게되자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쌩 난리를 쳤지만.. 결국 KISB 10학년(고1)으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당시 중학교 졸업식도 참석하지 못하고, 단짝 친구들과 작별 인사도 못한 상황..

그렇게 입학한 국제학교의 분위기는 내가 다녔던 한국학교와 참 많이 달랐다.
우선 교복도 없었고 두발규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선도부와 무서운 학주(학생부 선생님)가 없다는 상황에 이로 말 할 수 없는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며 그곳에서의 생활이 순식간에 마음에 들었다.

2007년 계림으로 갔던 수학여행

지금도 연락하는 베이징 천둥벌거숭이들ㅋㅋ
2007년 계림으로 갔던 수학여행 사진

Chapter2. 너 중국에서 부모님하고 몇 년 살았니?

입학 후 1주일 정도 지났을까? 당시 12학년(고3)의 대입 입시부장직을 맡으셨던 과학선생님의 첫 수업에서 나는 큰 혼란에 빠져버렸다. 선생님은 재외국민전형(특례입학)제도에 대해 얘기하면서 반 아이들한테 한명씩 중국에서 몇년을 살았는지 물어보았다.

12학년이 되는 시점에 체류기간이 각 3년/6년/9년/12년 기준으로 저마다 분류가 되었다.
특히 9년이상~12년 정도 외국에서 살았던 친구들에게는 선생님이 자신있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연고대는 충분히 간다, 잘만 하면 서울대도 가능해, 부모님 중국에 계시지?”

나처럼 10학년으로 전입한 친구들(나말고도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 몇 있었음, 아버지 해외지사 발령 등으로)은 3년으로 해당되는데 우리들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인서울 대학은 무조건 보내줄테니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따라오면 되, 이번에 부모님하고 같이 들어왔지?”

뭔가 이상했다. 우리 엄마아빠는 한국에 있는데..?
“선생님, 그런데 저는 부모님은 한국에 계시는데요?”

“너 뭐 하러 여기 혼자 왔어? 빨리 부모님 들어오시라고 해! 2년 특례라도 하려면”

순간 뭔가 크게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나는 외톨이이자 이방인이 되어버렸다. 친구들이 나를 보며 수근거렸다.

“쟤 어떡하냐?”


Chapter3. 내 경쟁자들은 이곳에 있지 않았다.

[재외국민특별전형] a.k.a 특례.
특례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되었다. 국가주도의 경제개발이 한창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해외에서 근무하던 주재원, 공무원의 자녀들을 염두하여 만든 제도가 최초라고 한다.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귀했던 당시에는 당연히 극소수의 국가적 엘리트 인재들의 자녀들만 해당하는 제도였으나, 국내 기업의 활발한 해외진출 시점에 맞추어 점차 많은 주재원들이 전 세계 법인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점차 특례 대상자들의 수는 자연스럽게 증가 되었다.

재외국민전형은 대학 입학생 총 정원의 2%, 모집 단위별(학과) 입학정원이 10%를 정원 외로 선발가능하다. 12년 특례와(전교육과정해외이수자) 새터민(탈북자)은 대학 재량으로 인원을 선발 한다.

내가 고3이 되던 2009년까지는 2년/3년/6년/9년/12년 기준으로 선발하였으나 2020년 부터는 자격조건이 까다로워져 3년/12년으로만 선발한다고 한다.
왜 자격조건이 강화 되었을까? 🤐

[지원자격]
보호자의 해외 체류 국가와 동일한 지역의 현지학교, 국제학교, 재외 한국인학교에서 고등학교 1년을 포함하여 재학해야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최소 자격이 갖춰진다.

부모의 해외 체류로 인해 학생이 불가피하게 같이 해외로 나가게 되어 정상적인 국내 커리큘럼을 따라가기 힘든 것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즉 부모님없이 혼자 나온 나는 당연히 해당이 안되었다.

2020년부터는 찾아보니 조건이 좀 까다로워져서 보호자와 배우자는 1년의 2/3이상, 지원자 본인은 1년의 3/4 이상을 해당 국가에서 체류해야 하는 조건이 추가 되었다고 한다.


Chapter4. 내가 느꼈던 좌절감과 공포.

고2 되던 해, 나는 특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과는 달리 수능을 준비해야했고 외국에 있는 이점을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수시 지원을 염두해 두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한국대표팀 자원봉사단으로 봉사시간을 채웠지만 가장 큰 불편함과 좌절감은 내가 공부해야 될 범위와 난이도가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는 친구들과 너무 차이가 컸다.

한국에서 부모님이 보내준 수능영역의 기출고사 문제지는 내가 국제학교에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였다. 특례 시험범위로는 커버가 되지 않는 난이도와 분량이였고, 나를 위한 별도의 수업도 학교측에서 제공 해 줄수 없었다.

결국 내가 경쟁해야 할 사람들은 한국에 있었고, 그곳이 내 전쟁터였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결정했고 너무나 막막했다. 수능을 봐야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2009년 2월, 광명고등학교로 2학년 종업식을 몇일 앞두고 편입하였다. 첫 등교날 교무실에서 교무부장님한테 외국에서 왔다고 학업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는 소리를 아버지 옆에서 들었다. 첫날부터 기분이 안좋았다.

모든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했다. 3년의 교과과정을 따라가기 위해 주말에도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지만 언수외뿐만 아니라 선택과목 4가지를 다 공부해야 했기 떄문에 마음이 조급했다. 그나마 영어와 제2외국어인 중국어는 1,2 등급이 나와 다행이였다.

하지만 첫 모의고사 점수를 보고는 교실 벽면에 붙은 등급표에서 크게 좌절했다.

어느날 핸드폰으로 국제전화가 왔다. 국제학교 친구들의 특례 전형이 일찍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들을 연락 받게 되었다.

여지없이 인서울의 네임드 대학에 최종합격 한 친구들.
말로는 축하해줬지만 내면에서 부터 질투를 비롯한 불합리하다라는 부정적인 마음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들 깐죽거리던지!!! 🤯😬😤)

“쟤네들 수능이였으면 저 대학 절대 못갈텐데..”
한국 고3 학생들이 받는 수능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내 친구들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Chapter5. 소심한 내 생각.

나는 이 제도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저 같이 웃고 떠들던 국제학교 친구들이 전우가 아니였음에 막막했을 뿐.

다만 이 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취지와는 달리 이제는 이른바 능력있고 여유있는 집의 자녀들이 외국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정원외 선발이라는 다른 경쟁을 하는것이 과연 현 시대에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제도인제에 대한 의문은 조금 있다.

그리고 이미 내가 피부로 경험한 특례생들은 본인들이 혜택을 받고 있음을 알고 안심하고 만족하는 분위기 였기 때문에..

한국에서 수능이 주는 압박감과 공포감은 실로 엄청난 사회이슈이자 일종의 재난이다.
모의고사만 보고 나면 희비가 엇갈리고 좌절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나도 그중에 하나였고..

평균 2~3등급의 성적으로는 네임드 대학 지원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학교의 친구들은 수능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간단한 시험과 면접으로 복수의 대학에 지원을 했었기 때문에 나름의 백업리스트가 있었을 것이다. 이 점이 너무 부러웠었던거 같다.

재외국민전형 관련 기사를 검색하니 흥미로운 기사들을 몇 개 보았다.
"나만 이런 생각은 한건 아니였나보다.“

사회적제도는 끊임없이 개정해야 하고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기득권이 제도를 만들기 때문에 바뀌는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참고 기사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재외국민 선발제도는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거주해야 하는 해외파견공직자나 해외파견근로자의 자녀에 대한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이나 교육목적을 위해 해외유학과 해외체류를 선호하고 있는 요즘 현실에서 비췄을 때 재외국민 학생에 대한 정원외전형은 국내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출처 : 대학저널(http://m.dhnews.co.kr) _ 정진후 의원 "합격자 대다수 해외 국제학교 출신, 국내학생 역차별"

서울대의 외국인 특별전형이 ‘부유층 자녀 특혜용’이라는 비판 끝에 폐지된 재외국민 전형과 다를 바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수저 대학문' 재외국민 특별전형 헌법소원, 결론은?